"주먹만한데 딸기 만큼 달아요"…과일값 폭등에 '묘안' 찾았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입력 2024-03-01 13:12   수정 2024-03-01 13:22


“토마토 들어갑니다!”
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황금빛 토마토들이 롤러 컨베이어 벨트 위로 우르르 쏟아졌다. 레일에 일렬로 오른 토마토들이 기계를 통과할 때마다 당도를 나타내는 브릭스 수치가 분주하게 모니터에 떴다.


지난달 27일 찾은 부산 강서구 대저농협에서는 대저 짭짤이토마토의 당도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다. 짭짤이토마토는 2월말부터 4월말까지만 나오는 대저 토마토 중 크기·당도 등 일정 기준을 통과해 인증을 받은 토마토에만 붙여지는 이름이다. 낙동강 하류의 염분이 녹아있는 토양에서 자라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일반 토마토의 당도가 4~5브릭스라면, 짭잘이토마토는 최소 8브릭스 이상. 봄딸기 정도의 단맛이다.


대저농협은 지난해 말 10억원을 들여 국내 토마토 농가 중 최초로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도입했다. 과육에 상처를 내지 않고 광센서로 당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대저농협의 민병존 소장은 “예전에는 육안으로 당도를 판별했는데,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들여오면서 토마토 하나하나의 당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며 “소비자들이 단 맛의 토마토를 많이 찾자 품질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통크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비파괴 당도선별기 검사를 통과한 짭짤이토마토는 대저 토마토의 10~15%에 불과하다. 기계를 도입하고 맞는 첫 출하인 만큼 물량이 더욱 귀하다. 하지만 이마트는 자사 마트에서 판매하는 짭짤이토마토 상품을 모두 당도선별기 검사를 통과한 물량들로 채웠다. 독점 유통에 가까운 셈이다.

이마트가 당도가 보장된 짭짤이토마토를 들여온 건 올 들어 과일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2만9088원이다. 평년(2만4200원)보다 20.1% 올랐다. 배(신고)값은 10개당 4만3334원으로, 평년(3만7483원) 대비 15.6% 오른 가격이다. 업계에서 ‘체감상 역대 최고 수준의 가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봄딸기 만큼 단맛의 토마토를 들여와 과일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게 이마트의 복안이다. 특히 짭짤이토마토의 경우 평년 대비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탓에 다른 과일의 대체재 역할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이마트측은 설명했다.


짭짤이토마토 가격이 평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매년 대저토마토 재배 면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재배면적이 줄어 출하량이 출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다른 과일들과 대조적이다. 당도가 높은 토마토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짭짤이토마토 농사에 뛰어드는 청년농부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로 대저농협에 따르면 2020년 189ha였던 대저 토마토밭 면적은 2024년 현재 기준 285ha에 달한다.


당도가 보장된 짭짤이토마토를 들여온 건 이마트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압도적 그로서리’ 정책과도 맞닿아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과일 등 신선식품을 강화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마트에 납품되는 과일 등의 작물 상태를 산지에서 불시에 체크하는 ‘전문검품단’ 제도도 신설한 바 있다.

부산=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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